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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일기

굶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일

on emptying, not starving

프로 다이어터였던 나는 수년 전부터 몇 번의 단식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짧게는 24시간부터 3일, 5일, 길게는 7일까지도. 그때는 온전히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주변에서는 굶는 게 몸에 안 좋은 것 아니냐며 걱정하곤 했다.

사실 그때는 나도 '굶는' 행위와 '단식'의 차이를 명확히 내면화하지 못한 채 행했으니, 해로운 행위가 맞았을 것이다. 몸무게 강박이 있었고, 며칠 굶으면 몇 킬로가 빠진다는 결과에 급급했고, 도중에 실패하면 나 자신의 의지력을 탓하며 죄의식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다양한 책을 읽으며 공부한 결과, 단식은 단순히 굶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굶다'와 '단식하다'는 다른 말이다

'굶다'는 주로 생존 조건의 결핍, 가난, 재난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비자발적 결식을 의미하며, 고통과 수치, 무기력함이 깃든 말이다. 반면 '단식'은 한자 뜻 그대로 '먹는 것을 끊는 것'으로, 자기 의지에 기반한 절제와 통제의 행위다.

굶는다는 것은 결핍의 상징인 반면, 단식은 주체적인 선택이자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다스리는 과정이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단식의 지속성과 효과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단식은 결핍의 고통이 아니라, 자신을 주도적으로 비워내는 수행의 여정이며, 이는 곧 '나는 내 몸과 삶의 주인이다'라는 감각을 일깨우는 강력한 프레임이 된다.

단식을 시작한 건 단순히 체중 때문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수많은 순간들, 스트레스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음식들, 폭음과 폭식 후 밀려오는 죄책감들. 그걸 반복하는 게 마치 내 삶에 '쌓여가는 무언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 개운 일기 · 첫 번째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