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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일기

채워지지 않던 감정을 마주하다

facing the emptiness

단식을 하면 살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효과일 뿐, 본질적인 감량은 다른 데 있다.

단식은 단순히 체지방을 없애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놓아버렸던 습관과 감정을 덜어내는 시간이다. 먹는 행위를 중단하면서, 내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와 올라오는 감정들을 바라볼 수 있다.

내가 스스로를 저버리고 놓아버렸던 습관과 감정을 직시하고, 덜어내는 시간인 것이다.

단식을 시작하면서, 그동안의 무의식적 군것질, 폭식, 야식, 음주의 패턴이 단순히 '섭취'에 대한 욕구 때문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었음을 깨달았다.

어떤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충동적으로 먹고 마셨던 것을 끊어내면서, 감정에 의한 나 자신의 행동 패턴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 깨달음이 반복된다면, 단식은 단순히 식욕을 다스리는 기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통제력 회복의 출발점이 된다.

배고픔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쌓은 업을 태워내는 시간. 마음의 공복 상태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흘려보내는 것.
— 개운 일기 · 세 번째 장